조선일보 기자들은 참 쉬운 걸 어렵게 말한다고 애 많이 쓴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업종변경을 고려해 보시라"는 말까지 듣지 않나. 어쨌든,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다. 재테크에 실패한 대통령. (이하 문장을 간략하게 만들기 위해 '대통령' 호칭 생략.)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먼저 기사를 읽어보자.
[Why] 盧 前대통령 김해 私邸 1년새 49배 올랐다는데… [미디어다음 링크] 주말판에 나오는 조선 기사인데, 이 기사가 조선닷컴의 헤드라인으로 올랐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남들 다 쉬는 주말 시간 까지 쪼개어 열심히 "까대는" 조선일보에 경의를... 아니, 조의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조선 기사는 아주 복잡하게 씌어졌다. 요즘 기자들 스트레스가 심한 탓인지 쉬운 걸 무척 어렵고 복잡하게 적어 놨다. 이건 립서비스이고... 기사가 어렵게 나온 이유는 바로 없는 걸 만들어 뭔가 엮어 내려고 온갖 잔대가리를 다 굴렸기 때문이다. 기사에 입각해서 요점을 정리해 보자.
1) 노무현은 2006년 이 땅을 제곱미터당 45,349원 (1억9455만원/4290㎡) 에 샀다.
2) 이 땅은 2007년 임야 기준 공시가 기준 제곱미터당 2,640원 이었다.
3) 이 땅은 2008년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 변경되어 대지 기준 공시가가 129,000원에 매겨졌다.
자, 여기서 주의해서 읽어야할 대목은 첫 문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 사저(私邸) 땅의 공시지가가 1년 새 49배 올랐다" 는 부분이다. 지목변경으로 땅 값이 그렇게 오른 건 사실이다. (129,000 / 2640 = 48.8배) 그런데 땅 값이 그렇게 올랐다는 것과 노무현이 그 이득을 고스란히 취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면 기자가 꼼수를 부려 쓴 대로, 그 땅에 생긴 이득 49배를 노무현이 먹었을까? 기사를 쓴 기자는 노무현이 49배의 이득을 먹지 않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기사를 썼다. 집중해서 읽어 보면 기자의 뒤틀린 마음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건성으로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대체로, "노무현이 50배를 먹었구나, 그런데 시골땅에서 50배 먹어봤자 그게 뭐 대수라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 노무현이 50배를 먹었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 액수가 얼마되지 않으니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대한 태도를 취하기 전에 그 50배에 조선의 꼼수가 들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무현은 50배를 먹지 못했다. 기사의 세째 단에 노무현이 이 땅을 2006년에 1억 9455만원에 사들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억9455만원/4290㎡) 제곱미터당 4만5천원에 노무현은 이 땅을 구매했다. 다시말해, 노무현은 형질 변경에도 불구하고 2.8배의 땅값 상승 효과 (129,000 / 45,349 = 2.8) 밖에 누리지 못했다. 제곱미터당 4만 5천원 주고 산 땅이 13만원으로 오른 것 뿐이다. 더구나 2008년에는 임야에서 대지로의 형질 변경으로 인한 공시지가 상승분에 대한 세금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 시세대로 땅을 사고 시세에 대한 세금까지 자신이 떠안았다. 이 정도면 재테크 기술로는 낙제점이다. 그러니까 노무현은 재테크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성공한 사람을 한 번 보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재테크 기술을 보자. 올해는 잘 모르겠고, 2006년 방상훈 집은 공시가로 72억이었다. 그 다음해인 2007년 그 집의 공시가는 86억이었다. 조선일보 방상훈이 일년 동안 공시지가 상승으로 거둬들인 집 값 상승분이 14억이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아방궁이라고 씹어댄 노무현 집 가격이 바로 12억이다. 그것도 대출 6억 낀 12억이다. 방상훈이 1년 집값 상승으로 번 돈이 노무현 집 값 전체와 맞먹는다. 아니, 집 값을 치르고도 왠만한 사람 4인분의 연봉이 남는다. 조선일보가 아방궁이라고 하던 그 집 값에... 연봉 5천 주고 네 사람을 부릴 수 있다는 말이다.
길게 썼지만, 이건 상식에 관한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집이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살 돈이면 시골에서 이렇게 큰 집에서 살 수 있다고 보도하는 게 상식에 맞다. 정말로 경제면 기사거리가 없어서 부동산 고발 기사라도 써야겠다면, 노무현 집이 아니라 방상훈 집 취재를 가는 게 상식이다. 남대문 본사에서 흑석동 저택까지는 택시비도 몇 푼 안나온다. 경제 관념 없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의 머리로 생각해도,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14억 벌어들인 사람이 6억 대출끼고 12억짜리 집을 사들인 사람보다 더 흥미로운 취재거리가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흥미를 저버렸다. 각설하고, 조선일보의 위기 운운하는데, 그 위기는 바로 상식의 위기, 양심의 위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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