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디의 마리아는 1999년에 나온 노래로 알고 있습니다. 70년대말-80년대초에 놀라운 곡들을 선보였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미국의 락 밴드 블론디 (Blondie) 가 근 20년 만에 재결성되어 히트시킨 곡이죠. 블론디가 어떤 밴드 (블론디가 솔로 가수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던데 블론디는 그 이름과 달리 연주하는 남자들도 섞여 있는 밴드입니다. 그렇지만 이하에서는 그냥 블론디를 리더 싱어인 드보라 해리로 섞바꿔 쓰겠습니다) 인지는 다음 기회에 적어 보겠습니다. 아무튼 마리아라는 노래는 김아중이 주연한 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되었고, 다시 김아중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무대에서 아이비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 화제가 되었죠. 그걸로 끝이면 좋은데, 이 노래를 레퍼토리로 삼는 여자 가수들이 늘어 나면서 어느 마리아가 가장 좋은가, 누가 마리아를 가장 잘 부르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재미삼아 누구 노래가 더 좋은가를 겨뤄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심각해져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누구 노래가 더 좋은가를 묻는 일은 어느 엔진의 효율이 더 좋은가를 묻는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효율 좋은 엔진을 특정한 기준에 따라 판별해 낼 수 있고 만인의 동의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 노래가 더 좋은가는 그런 기준을 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이라는 것도 각각의 마음에 따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누구 노래가 좋은가 누가 노래를 잘 부르는가는 사실상 동의를 구하기 힘든 질문인지 모릅니다.

설령 그 가능성을 접어두고 누구 노래가 더 좋은지,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지 등수를 낼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등수 놀이의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등수가 정해지더라도 우리는 등수를 보고 노래를 고르는게 아니라 자기 취향에 맞는 노래를 골라 듣습니다. 10등이든 100등이든 내취향에 맞는 노래가 좋은 노래이지 1등인 노래가 누구에게나 좋은 노래라는 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누가 누구 보다 더 나으니 못난 것들은 다꺼져 하는 식의 태도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순위권 밖의 노래들을 "퇴출"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음악적 포지션을 가진 가수들이 자기 방식대로 노래를 만들어 내고 그것들을 취향대로 쇼핑하고 즐기는 게 백배 더 낫습니다. 공존의 미덕은 향유되어야 하는 것이지 검열되어야 하는 건 아니죠. 취향은 동질적이지 않으니 블론디의 마리아도 한 가지 방식으로 불릴 이유가 없죠. 소찬휘처럼 극강의 파워로 이 노래를 소화해도 매력이 있고 빅마마처럼 나긋하게 불러도 그 누군가에게 매력이 있겠지요. 그러기에 누가 마리아를 잘 불렀느냐 하는 건 잴래야 잴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잴 수 있다 하더라도 재지 않는 게 우리 공동체의 삶에 더 보탬이 된다는 말씀...

다소 동떨어진 예이긴 하지만 이런 예을 들어 보겠습니다. 맨 아래에는 블론디가 부른 마리아가 세 가지 버전으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첫째 버전은 뮤직비디오로 나온 최초의 곡이고 (maybe 1999?), 다음버전은 같은 해인 1999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8년 전 공연 모습입니다. 1980년대 초의 블론디와 달리 재결성된 블론드는 많이 나이도 들었고 노래 스타일도 많이 처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세째 버전은 블론디가 목 상태가 안좋은게 확연하게 보입니다. 인터뷰 중에도 자꾸 고개돌려 컥컥대는게 보일 정도로 상태가 안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공연도 사실 엉망입니다. 그런데 그걸 보는 관객들은 오래된 스타에 열광합니다. 비난하기 전에 존중합니다. 그게 오랜 시간 무대를 위해 헌신한  스타에 대한 예의 내지는 찬사의 차원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노래로만 본다면 첫째 둘째와 세째 버전의 마리아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째 버전의 발성 엉망인 블론디를 말살해 버려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잘부른 노래든 못부른 노래든 그 노래는 블론디를 추억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는 말입니다. 잘된 것이든 못된 것이든 공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하에는 제가 알고 있는 우리말 버전 우리 가수 버전 마리아를 모두 바로 걸든가 링크로 걸어 보겠습니다.


러브홀릭 마리아

SBS 가요대전 시상식에서 부른 거라고 합니다. 다른 클립을 보니 이 노래 장면 앞쪽에 러브홀릭 수상 소감 장면이 조금 나옵니다. 거기서 러브홀릭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비난을 디펜스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들을 향한 세간의 비난에 대해 러브홀릭은 "자신들은 락밴드가 맞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러브홀릭이 왜 이런 말을 하나 했더니 무슨 구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락밴드가 무슨 포뮬러 원 기준처럼 딱부러진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왠만하면 락밴드가 무슨 벼슬도, 돈되는 장사도 아니라면 이런 식의 정체성 논쟁은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 논쟁을 먼저해서는 안되는지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그걸 꺼내면 얘기가 길어지므로 그냥 이 정도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마리아는 다소 절제감 있게 불러야 제 맛이 사는데 이 공연에서 러브홀릭은 좀 세게 이 노래를 소화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러브홀릭의 마리아가 제일 취향에 맞습니다. 아래 공연 장면은 더 셉니다. 아래 공연은 초반 저음부에서 툭툭 던지는 가사 부분을 다소 "끈적이게" 발성하는 것이라든가 가사가 초반에 약간 뭉개지는 느낌 같은 것 때문에 아래 것보다는 윗 것이 더 나은 것 같군요.


러브홀릭 마리아 라이브 #2

하나씩 소감을 적으려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주욱 붙여 놓으니 취향대로 들어 보시길.


빅마마 마리아


소찬휘 마리아

김아중-마리아: 가서 듣기
아이비 마리아: 가서 듣기


블론디 - 마리아 (1999, 뉴욕시 공연)

블론디 (Blondie) - 마리아 (Maria, 뮤비)
블론디 (Blondie) - Maria (Live 1999 NYC)
블론디 (Blondie) - Maria (Live By Requ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