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7/05/10 재벌 세습: 문화라기 보다는 문제 by 가제트
  2. 2007/05/03 사익과 공익의 충돌: 두고 두고 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 포인트 (1) by 가제트
  3. 2007/05/02 싸구려 대한민국, 저열한 사회지도층들 (8) by 가제트
  4. 2007/04/29 김승연회장 출두 풍경: "쇼를 해라" (14) by 가제트
  5. 2007/04/28 김승연의 자식 사랑 비법 베스트 3 (6) by 가제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 재벌 세습 문화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문화라고 했지만 재벌 세습은 문화라기 보다는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과거 구멍가게식 기업 경영에서는 그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그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게 당연한지 모른다. 기업을 세운 공과 이력을 어느 정도 증명했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고 납득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그 기업의 총수도 늙어 은퇴할 때가 되어 그 사람의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는 풍습은 예삿 일이 아니다.

재벌 세습을 통해서도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느냐 하겠지만, 재벌 세습을 하지 않았다면 그 기업이 더 잘 굴러갈 가능성이 있는 한 현재 상황으로 재벌 세습 자체의 문제를 덮는 건 부당하다. 취직자리 많이 만들어 주는데 고맙지 않느냐 하겠지만, 다른 전문경영가가 경영했더라면 두배의 일자리가 만들어 졌을 지 어찌 알겠는가. 더구나 고위직을 독점한 친인척들 사라지면 승진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는가. 아무튼 정당하게 검증된 적이 없는 인물이 아비애미가 주식부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거대기업을 이끈다는 건 정말 후진 발상이다. 최악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이것도 꽤 괜챦은 프로그램이다.

조금 전에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후를 옛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았는데, 여기에도 재벌 세습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후 33회차로 2007년 3월 31일 방영분이다.  제목은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시간이 나면 이 프로그램을 꼭 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김승연 회장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졌지만, 프로그램 내용 중에 김승연 회장의 아들 얘기도 나온다. 미성년자 주식보유 탑을 기록한 김승연 회장 삼남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나라 재벌 세습 문제는 정말 혁명적인 발상으로 뒤엎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업 현장에서 전투하며 경영성과를 쌓아가고 학습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돈 푼 있는 부모, 조부모로부터 안전빵으로 주식 세습하여 경영하는 사람들이 우리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 다른 사회분야는 모두 보다 세련되어 지고 어느 나라 기준에 맞추어 봐도 괜챦은 기준으로 가다듬어져 가거나 그런 방향으로 사람들 의식이 깨어가고 있는데, 유독 재벌 세습 문제만 이 지경인지 참 알 수 없다. 참 후진 현상이다.

휴전선 이북의 김정일이 국가권력을 세습하는 게 세계의 조롱거리와 웃음거리가 되는 것처럼 휴전선 이남의 재벌들이 경제 권력을 세습하는 것도 세계의 조롱과 웃음을 사는 일이다. 북이나 남이나 왜 윗대가리들이 구린 짓을 하는데 그 나라 백성들이 쪽을 팔고 변명해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제가 요며칠 김승연 회장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때로는 의문을 가졌던 점, 혹은 제가 불만을 표시했던 점, 혹은 제가 간과했던 점 등에 대해 체계적인 메모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적어 둡니다.

일단 저는 그 동안  1) "언론의 ABCD 눈감고 술래잡기식 보도관행", 2) "김승연의 자식 사랑 비법 베스트 3", 3) "김승연회장 출두 풍경: '쇼를 해라'", 4) "싸구려 대한민국, 저열한 사회지도층들" 이라는 네 개의 연속되는 포스팅을 통해 김승연 회장 사건이 처음 연합뉴스를 통해 언론에 유출되고, 조선에 의해 추측 가능한 실명이 보도되고, 한겨레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적나라하게 밝혀지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는 일련의 과정 등을 제 나름의 문제 의식으로 지켜 보았습니다.

그냥 그때 그때 쓴 포스팅이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그 각각으로부터 공통의 문제의식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메모를 남기는 거니까 간혹 중간에 이해가 안되고 논리가 엉켜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건 그냥 스킵하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공익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적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는 익명보도의 범람에 대해 무엇인가 사회적 합의나 타개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거의 드러난 형편이지만, 사적인 반성과 다짐이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건 너무 취약합니다.

둘째, 재벌의 힘이 이렇게 경제외적 영역에 까지 확대되는 것은 재벌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확신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주식을 통한 경제 세습의 문제도 졸열한 재벌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합니다.) 경영의 권력을 사회적 권력으로 생각하는 행태는 한심합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한 자본을 자기 보신의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행태는 반복됩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간단합니다. 사고치면 자르면 됩니다. 직원들이 서명하네 마네 난리칠 필요 없습니다.

세째, 재벌이 지배하는 회사는 재벌의 사적 재산과 주주 공동의 재산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기업 체질을 약화시킵니다. 경호원은 회사재산입니까, 김승연 개인재산입니까? 회사소속변호사는 회사껍니까 김승연껍니까? 대답이 어렵다면 그만큼 둘이 엉겨 붙어 있다는 예깁니다. 왜 단순폭력 사건에 재벌 이야기가 나오느냐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1) 경영과 자본이 밀착되어 있으니 회사의 공적권력 (여기는 폭력도 포함됩니다) 을 사익을 위해 마음대로 빼내 쓸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2) 경영자가 곧 자본가가 되다 보니 경영자의 단순폭행 (이건 사안이 미약하다는 말이 아니라 경영과 무관한 순수 폭행사건) 도 경영상의 문제로 비화됩니다. 주가 출렁이고 회사 직원들 총수 걱정하랴 자기 앞가림하랴 서명하러 불려 다니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이렇습니다. 그래서 전경련 누군가가 이걸 재벌과 관련지으려는 걸 경계한다고 했는데 이건 완전히 도둑 제발 저린 격의 얘깁니다. 관련짓기도 전에 관련짓지말라는 것 좀 보세요.

네째, 재벌은 국가권력을 불신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권력을 자기 멋대로 살 수 있습니다. 왜 김승연은 경찰에 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나서 이 문제가 크게 확대되어 법정다툼이 될 가능성이 생기자마자 김승연회장은 전직 검사, 판사 출신이 포진한 최소 13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나라 돈을 들여 검사, 판사를 키워 놓으면 결국 그들은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재벌 뒷바리지에 열심입니다. 결국 세금들여 재벌 뒤가림용 법률가를 양성한 꼴이 되었습니다.

다섯째, 경찰은 스스로 자기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합니다. 검찰의 기소독점이니 검경 간의 수사권 갈등이니 하며, 수사기관 사이에 권력투쟁이 존재합니다. 저는 권력기관은 기본적으로 견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경찰이 무력하니까 경찰에 힘을 실어 검찰과 상호 견제, 균형감을 보이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경찰의 행태가 더욱 답답하고 한심한 겁니다. 남에게 보이려하지 말고, 시선 신경쓰지말고 매뉴얼 대로 왜 못합니까? 매뉴얼대로 간단한 일처리도 못해내면서 어떻게 검찰과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겁니까? 아마 이번 일로 여론 쟁탈전에서 뒤로 한참 밀리신 건 아시겠죠?

(Update :: 급히 적다보니 제 혼자만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있는 메모가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부연하겠지만, 일단 다섯째에 '경찰'과 관련해 적어 놓은 메모는 지금 당장 부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검경  간의 수사권 독립에 관한 해묵은 논쟁이 있습니다. 그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서, 경찰은 이번 수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능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광고' 방식이 서툴러서 그런지 저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속한 여론 그리고 언론의 십자포화를 요며칠간 받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스킵하면서 주소를 떠놓는다는 걸 깜빡했는데... 그 기사 중에 그런 묶음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번 남대문 경찰서의 수사상 실수를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를 묵살하는 빌미로 삼으려는 듯한 검찰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 말입니다.

저는 경찰이 좀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와 가까운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입니다. 제가 누구에게 얻어 맞으면 경찰이 달려오지 검사가 달려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하겠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을 때 저는 내용도 안보고 찬성하는 편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모든 권력은 잘개 쪼개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검찰이 권력 게이지 5의 힘을 갖고 있다면 그 힘을 빼앗아서 그 중 1-2 정도는 다른 권력기관에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권력기관끼리는 서로 싸움을 많이 할수록 시민의 권리가 신장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경 간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 저는 마음속으로나마 경찰 편이었습니다. 검찰은 더 쪼개지고 경찰은 더 얻어야 권력기관 간의 균형이 생기고 견제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한 게 없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서는 아... 경찰이 이 건을 잘못 처리하면 여론 면에서 검찰에게 크게 밀리겠구나, 수사권 독립 논의에 관한 입지가 크게 흔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경찰도 오죽 답답하겠습니까만, 검찰이 나서기 전에 멋지게 경찰 독자적으로 수사를 잘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꽤 큽니다. 그리고 경찰이 큰 수사 경험이 없어서, 재벌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이번에 실수를 많이 하는데, 조금 더 학습할 기회를 갖도록 격려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아... 이렇게 쓰다보니 제가 원래 가졌던 생각이 무엇인지 애매해 지네요. 다음에 붙여 쓰더라도 지금은 그만 두는 게 낫겠습니다. 그리고... 정작 처음에 제가 이런 메모를 써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기사를 소개하지 못하게 되었군요. 다소 뒷북성의 컬럼이고 또 제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꽤 괜챦은 칼럼입니다. 여기에 제목을 링크로 연결해 두니 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의 쳣째 논점과 이 기사를 관련지어 좀 생각을 해봐야하는데 위에 워낙 대충 적어둬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 지 막막하군요. 아무튼 논점이 없으면 만들어 내고, 의견이 없으면 남이 가진 좋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 2007-05-03] ‘대기업 ㄱ회장’ 익명보도 왜?



우리나라에서 소위 지도층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잘 모르겠지만 돈 많이 벌고, 좋은 감투 쓰고 있고, 권력기관에 속해있거나 전문가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대한민국 지도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요즘 계속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이분들의 사고방식이나 의식수준이 끝갈 데 없이 저렴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자식 죽은 부모의 심정을 못 헤아려 조용하고 엄숙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를 인륜이 뒤로 밀린 난장판 속에 방치했던 얼마전의 순천향 문제를 봐도 그렇고 유흥가에 나간 자식이 맞고 들어왔다고 사적 복수를 위해 20명 되는 회사 직원 (누가 월급 주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데리고 야밤의 활극을 펼친 양반을 봐도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 보면서 나는 결혼 앞둔 사람 집에 함들어 가는 풍경인 줄 알았다. 이게 압수수색들어가는 집 풍경이란다. 꽃길 깔고 카메라맨 불러 놓고 양복 입고 집사들 정문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잘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을 들고 들어가긴 들어 갔다. 기사에 보면, 5-6 개의 박스를 들고 들어가서 달랑 저것 하나 채워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들어가기 전에 박스를 몇 개 갖고 들어가면 될까요 여쭤볼 걸 그랬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사설명에 의하면, 저분들이 우리나라 CSI 분들이라고 한다. 이분들이 무슨 잘못이겠나. 위에서 가라고 하니 가신 거겠지. 아무튼 CSI South Gate, 우리말로 CSI 남대문 이다.

한화 김승연회장을 수사하는 건지 접대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도록 처신한 남대문 경찰서 고위간부들의 의식수준도 싸구려이고, 방송국, 신문사 기자들 다 불러 놓고 피의자쪽에서 치울 물건 다 치우도록 만든 뒤에 느긋하게 뒷짐지고 압수수색 들어간 수사방식도 너무 후지다. 돈자랑하듯 13명의 변호사로 재벌집 회장을 뺑뺑둘러싸는 법조계 샐러리맨들이 전문가연하며 목에 힘주는 꼴도 우습고, 회장나리 선처해 주십사 전직원들 팔 걷어 붙히고 일할 시간에 서명운동 벌이게 만드는 한화 중간 간부들의 행태도 완전 싸구려다. (주주들은 뭐하나, 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안내고...)

나는 참 궁금하다. 저런 의료계 인사들, 저런 법조계 인사들, 저런 최고위경영자들, 저런 경찰 간부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게 참 한심할 뿐이다. 무슨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따를 때 온정만을 베풀라는 말이 아니다. 가난하고 약한사람들 편들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거 바라지도 않는다. 단 하나 바라는 건 "공정하라"는 거다. 돈이면 돈 지식이면 지식 있는 거 없는 거 다 긁어 모으고 총동원해서 옳은 것 그른 것 가리지 않고 없는 사람들 짓뭉개지만 말고, 잘잘못을 가릴 때만이라도 공정하라 이말이다, 이 싸구려들아.

자식이 맞고 오면 경찰서에 신고해서 문제해결하고, 의료지식없는 사람의 자식이 병원에서 죽어나가면 좀 그 바닥 사람들이 정의감 있게 전문성 발휘해서 정사를 구분해 일처리 해주고, 돈냄새가 짙게 나더라도 옳은 일이 아니라면 변호의뢰를 어느 정도는 거절할 줄도 알고, 회장이 누명쓰고 감옥들어가더라도 회사 일과 관련된 일이 아닌 사적인 일이면 회사직원들 건드리지 말고... 좀 그렇게 품위있고 고급스럽게 인생 살아가면 안되겠니, 이 한심한 인생들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결국 남대문 경찰서로 출두하였답니다. 김승연 회장의 경찰 출두는 재벌가 전반의 오랜 범죄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재벌들은 정치 사범이나 경제 사범인 경우가 많아서 직접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김승연 회장이 누굽니까. 주먹왕 아닙니까? 폭력사범의 혐의를 받고 있으니 경찰서로 가야죠. 주먹왕답게 김승연 회장은 고고한 검찰이 아니라 서민스런 경찰에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느 부서에서 수사를 받을 지 궁금합니다. 강력계? 폭력계? 조직폭력계?

재벌가 회장의 경찰 출두가 이례적인 만큼 남대문 경찰서에는 비상이 걸렸답니다. 하늘 같이 높으신 재벌가의 회장님이 몸소 왕림하신다고 하니, 사실 제 정신이겠습니까? 취재기자들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사진기자들 사진 세례에 시달릴 걸 생각하면 어떻게 모셔야 하는가 걱정이 많았나 봅니다.

아무튼, 머니 투데이에 몇 장 재미 있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순서만 살짝 바꾸어 소개합니다.

(+ 업데이트 - 제일 아래에 있는 사진이 원래는 제일 위에 걸렸던 사진입니다. 그 나머지는 원래 문서의 사진 순서 그대로입니다. 원본의 배열이 두괄식 배열이라면 제 배열은 미괄식일 뿐이죠. 이런 사진은 참... 사진 기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사진입니다. 사진 출처는 사진에 찍힌대로 머니투데이 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머니투데이 최용민 기자로 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장님이 왕림하실 시간이 가까와 오니 경찰 간부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나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맞는 손님이라서 어떻게 모실지 직접 리허설 까지 하면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동선 체크는 기본이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기다리길 수십여 분 ... 마침내 회장님이 오셨는데 리허설의 보람도 없이 쌩하고 그냥 차로 들어가 버리더랍니다. 허헛.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침 남대문 경찰서 앞에 시내 버스 (맞나?) 한 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버스에 이런 말이 씌여 있습니다. "쇼를 하라"

사진을 본 감상은 이렇습니다. 저 따위 자세로 무슨 수사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저런 식이라면, 경찰서 안에서 다리 꼬고 앉아서 거들먹거리다 나올 게 분명합니다. 아니, 저 경찰서 서장은 한화 직원이랍니까? 그냥 포토라인이나 쳐두고 경찰 안내계 직원 두어명 보내서 정리나 좀 해주면 될 것이지, 상전 모시듯 저래서 무슨 조사랍니까?
 
+ 출처 :: [사진]김회장 출두 "경찰 리허설까지 했지만.." [머니투데이 2007-04-29 17:06]
 


김승연 한화 회장에겐 아들이 세 명 있다.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을 끔찍히 사랑한다. 어느 아버진들 안그러겠나. 세 아들 중 누구라도 곤경에 처하면 한화를 팔아서라도 그 아들을 구하고 싶을 게 분명하다. 이게 바로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다. 김승연 회장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아버지인들 다 그런 것이다. 아, 이 말이 참 중요하다. 어느 아버지들 모두 다 그럴 것이라는 말. 김승연 아들을 때린 사람의 아버지도, 김승연에게 맞은 사람의 아버지도, 김승연 아들에게 맞은 사람의 아버지도 다 그럴 것이다. 그래서 김승연 만의 독단적인 부정 (父情) 을 용납하기 힘들다.

김승연 회장이 뉴스의 중심 인물이 되기 직전,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고 "언론의 ABCD 눈감고 술래잡기식 보도관행" 이라는 포스팅을 썼다. 그 글은 김승연 회장을 욕하려고 쓴 게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를 원했건 원치 않았건 결과적으로 비호하게 되었던 언론이 가증스러워서 쓴 글이다. 나는 그 회장님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결국 그 회장님 존함이 김승연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가 났다. 사실, 속으로는 "집지키라 굶긴 개들이 집주인을 물었네" 하는 논조로 장문의 격문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관뒀다. 쓸데없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생각해 오던 걸 메모로 한번 남겨 보겠다. 제목은 위에 적힌대로 김승연의 세 가지 색깔 자식 사랑법이다.

하나. 주식을 활용하라! ::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사랑이 화제가 된 것은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앙, 지방 일간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 주식부자 탑 500명을 조사했단다. 그런데 이 중에 미성년자가 5 명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 다섯 명의 미성년자들 중에 김회장의 세째 아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GS홀딩스, 태평양, 성원건설, 희성전자의 자식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나라 주식부자 탑 500 미성년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회장의 아들 김동선 (17세) 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589억원 이었다. (1000억대 주식巨富 100명 돌파. 헤럴드경제 2007-04-25 참고)

둘째. 학벌을 활용하라! ::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또 화제가 된 적이 있었으니, 여느 재벌가 아이들 답지 않게 세 명의 아들 모두 미국에서 (착실하게?) 명문대를 다니고 있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겼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런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을 자랑으로 여기는 건지 "명문"을 자랑으로 여기는 건지, 아무튼 아버지가 갖고 있는 아이들의 학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학벌에 별 무관심인 재벌가 자식 관리에 경종을 울려주는 모범 케이스라고 해야 마땅하다. (여기서, 사실관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신문기사는 세 아들이 모두 미국 명문대에 다닌다고 했는데, 앞에 말한 17살 짜리 아들도 대학생인가, 갸웃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아들 숫자가 네 명 이상이든가, 아니면 기사가 틀렸든가.) (김승연 회장은 누구? 미 명문대 세아들 자랑 대단. 한겨레 2007-04-27 참고)

세째. 주먹을 활용하라! :: 이미 취재한 사건을 파일 속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이슈로 비화하지 않으면 월간지 회고담 자료로나 쓰고, 이슈로 비화하면 당장 꺼내어 기사화시키는 극히 일부 기자들의 얍삽함을 몇 다리 건너로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사건도 사건이 표면화 되자 마자 한겨레에서 대량의 기사를 쏟아내었는데, 취재시간, 취재력을 감안하면 이건 분명히 예전에 취재해 두고 동료 언론사와 쇼트랙 레이스 펼쳐가며, 바깥 분위기 봐가며 보조 맞춰 터뜨린 기사인 게 분명하다. 아무튼 덕분에 디테일이 극도로 강한 기사도 몇몇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내가 정말 감동받은 기사는 이런 대목의 기사이다. 예수가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 낼 때의 분위기가 난다. 기사는 이렇다.

어두운 산이었다. 누군가 작은 손전등을 하나 켠 뒤 얼굴을 비췄다. 미국 공포영화가 떠올랐다.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우리가 “이 사람”이라며 대신 지목한 사람의 양팔을 경호원들이 붙잡았다. 김 회장이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으라”며 눈을 계속 때렸다. 그 사람이 김 회장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눈이 만신창이가 됐다. (“김회장이 ‘내아들 눈 맞았으니 너도 눈 맞으라’ 계속 때렸다”. 한겨레 2007-04-27 참고)

아... 성경에 나올 법한 대사 아닌가.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으라" 하매 건달의 눈이 만신창이가 되더라, 뭐 그런 구절을 성경에서 읽은 적이 있을 거다. 이게 바로 김승연 회장의 주먹 활용 자식 사랑법이다.

아, 그리고 앞에서... 17세이건 미성년자건 주식 많이 가진 건 흠이 아니다. 돈 많은 게 자랑이지 무슨 흠이겠나. 열심히 돈을 불려 어른이 되면 미성년자 탑5 뿐만 아니라 30대, 40대 탑 5도 하시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런 기사는 한번 음미해 볼 만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양종금증권과 한화증권의 영업용 순자기자본비율(NCR)은 각각 389.3%와 494%로 업계 평균 573.7%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증권은 지난해 7월 김승연 그룹 회장의 세 자녀인 동관(25), 동원(23), 동선(19) 씨에게 그룹지주사 격인 ㈜한화 지분 200만주를 주당 2만3700원의 비교적 싼(?) 가격에 서둘러 매각하기도 했다. 현재 ㈜한화 주가(20일 종가 기준)는 3만5500원. 김 회장의 세 자녀는 474억원을 투자해 불과 5개월 만에 투자금액의 50%에 달하는 236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증권사 투신지분 계열 보험사에 잇단 매각 (헤럴드경제 2007-02-21 14:08)

사실 나는 김승연이 몇 대 때렸나, 머리에 총을 갖다 대었나, 현장에 있었나 조사한다는 거 별 관심없다. 그래봤자 집행유예거나 몇 달, 몇 년 엉뚱한 놈이 뒤집어 쓰고 들어갈 거다. 백프로 장담한다. 그것보다 난 저런 냄새나는 것이나 조사해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재벌들 뻣뻣한 목에서 힘을 빼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재벌들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탈하라는 말이 아니다. 불법이 있는지 한번 알아나 봐달라는 말이다.

PS. 아... 그새, 비법이 하나 더 늘었군요. 네째. 도피를 활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