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5/11 재벌 총수는 언제나 주어인가: 젯블루 항공의 반란 (1) by 가제트
  2. 2007/05/10 재벌 세습: 문화라기 보다는 문제 by 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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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 하더라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젯블루 항공에서 나온 소식이 그렇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젯블루 항공은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데이빗 닐만을 CEO에서 "쫓아 내고" 그 자리에 젯블루 항공의 President 인 데이빗 바저를 앉혔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식 재벌 개념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뉴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식 비즈니스 뉴스에서 재벌 관련 소식이 나오면 주어는 항상, 언제나, 반드시 재벌총수 일가입니다. 이건희는, 구본무는, 김승연은, 하는 식으로 재벌총수는 언제난 주어입니다. 재벌총수가 "아무개 본부장을 사업부진을 이유로 보직해임하였다"는 말은 성립해도, "재벌총수가 보직 해임되었다"는 말은 결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건 문법이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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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젯블루 항공에서 나온 소식은 다릅니다. 젯블루의 데이빗 닐만도 우리의 재벌총수들처럼 CEO (최고경영자) 이면서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였습니다. 3대 조건을 모두 갖춘거죠. 창업, 주식, 경영 이 세가지 에센스 말입니다. 그렇지만 블룸버그 뉴스에 의하면 데이빗 닐만은 "CEO 자리에서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총수가 해임되는 건 단 한가지 경우밖에 없습니다. 그룹이 통째로 도산하는 경우말입니다. 김우중이 그랬죠. 김우중은 대우의 부도와 함께 자동해임되었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대우는 부도사태를 맞기 전에 김우중을 해임하지 않았는가? 이건 참 우리식 표현으로 곤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식 어법대로 재벌총수는 주어이외의 자리에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벌총수는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의 신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재벌총수를 건드릴 수 있는 조직, 기구, 부서, 개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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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닐만입니다. 폼잡다가 낙마했죠.

젯블루 항공의 소식을 그렇게 자세하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개별 기업 소식이고 여기에 주식을 묻어 둔 사람이 아니라면 제목만 보고 넘어가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것 한가지는 꼭 집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누가 최고경영자이자,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데이빗 닐만을 해임하였는가? 주어는 무엇인가? 누가 감히 우리로치면 재벌 총수 격에 해당하는 인물의 목을 잘랐는가? 답을 알려드리기 위해 기사를 그대로 읽어 드립니다. "JetBlue Airways Corp.'s board ousted founder David Neeleman as chief executive officer." (젯블루 항공사의 이사회는 데이빗 닐만을 CEO에서 해임하였다.) 명쾌하지 않습니까? 다수의 자본가들이 참여하여 개별기업이 운영될 수 있는 자본을 대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합심하여 자본의 건전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위원회로서의 이사회이죠. 이사회는 힘이 강한 일개 개인 자본가를 넘어서기 위해 군소 자본가들이 연합하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다 보니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사람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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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블루 항공입니다.

뭐, 그러면 왜 데이빗 닐만이 그 자리에서 쫓겨났는가 궁금하실텐데 그거 별거 없습니다. 젯블루가 지난 겨울 매서운 겨울 폭풍 때문에 결항이 잦았습니다. 1,700편의 비행편이 결항되고, 130,000 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습니다. 물론, 자연재해 때문에 CEO를 해임한 건 아닙니다. 자연재해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항공 안전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스케줄 조정 등을 통해 젯블루의 최대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되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재벌총수는 해임되지 않을 사람이 몇 안될 겁니다. 재미있는 건 젯블루가 데이빗 닐만을 회사에서 완전히 쫓아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으니 싫으나 그는 최대 주주니까요. 뭔가 회사 안에서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죠. 그래서 데이빗 닐만은 회사 안에서 "non-executive chairman" 이라는 자리를 얻습니다. 경영 권한이 없이 폼만 잡을 수 있는 체어맨이라는 뜻이죠. 사실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들도 이 정도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경영 권한 없이 폼만 잡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허수 체어맨들이 가급적 많아져야 한다는 게 제 바램입니다.

그리하여 결론을 말하자면, 젯블루 항공의 사례처럼 재벌 총수는 언제나 주어일 필요가 없고, 언제나 주어이어서도 안됩니다. 때로는 목적어가 되어 회사의 처분도 받고 해야 회사가 삽니다. 재벌총수는 죽어도 회사는 사는 게 정상이지, 그 반대로 회사는 죽어도 재벌총수는 산다는 건 지독히 비정상이죠. 비정상은 고쳐져야죠.

참고 :: Bloomberg. JetBlue Air Names Barger to Succeed Neeleman as Chief (Update6) By Mary Schlangenstein and David Mild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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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 세습 문화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문화라고 했지만 재벌 세습은 문화라기 보다는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과거 구멍가게식 기업 경영에서는 그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그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게 당연한지 모른다. 기업을 세운 공과 이력을 어느 정도 증명했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고 납득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그 기업의 총수도 늙어 은퇴할 때가 되어 그 사람의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는 풍습은 예삿 일이 아니다.

재벌 세습을 통해서도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느냐 하겠지만, 재벌 세습을 하지 않았다면 그 기업이 더 잘 굴러갈 가능성이 있는 한 현재 상황으로 재벌 세습 자체의 문제를 덮는 건 부당하다. 취직자리 많이 만들어 주는데 고맙지 않느냐 하겠지만, 다른 전문경영가가 경영했더라면 두배의 일자리가 만들어 졌을 지 어찌 알겠는가. 더구나 고위직을 독점한 친인척들 사라지면 승진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는가. 아무튼 정당하게 검증된 적이 없는 인물이 아비애미가 주식부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거대기업을 이끈다는 건 정말 후진 발상이다.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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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이것도 꽤 괜챦은 프로그램이다.

조금 전에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후를 옛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았는데, 여기에도 재벌 세습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후 33회차로 2007년 3월 31일 방영분이다.  제목은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시간이 나면 이 프로그램을 꼭 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김승연 회장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졌지만, 프로그램 내용 중에 김승연 회장의 아들 얘기도 나온다. 미성년자 주식보유 탑을 기록한 김승연 회장 삼남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나라 재벌 세습 문제는 정말 혁명적인 발상으로 뒤엎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업 현장에서 전투하며 경영성과를 쌓아가고 학습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돈 푼 있는 부모, 조부모로부터 안전빵으로 주식 세습하여 경영하는 사람들이 우리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 다른 사회분야는 모두 보다 세련되어 지고 어느 나라 기준에 맞추어 봐도 괜챦은 기준으로 가다듬어져 가거나 그런 방향으로 사람들 의식이 깨어가고 있는데, 유독 재벌 세습 문제만 이 지경인지 참 알 수 없다. 참 후진 현상이다.

휴전선 이북의 김정일이 국가권력을 세습하는 게 세계의 조롱거리와 웃음거리가 되는 것처럼 휴전선 이남의 재벌들이 경제 권력을 세습하는 것도 세계의 조롱과 웃음을 사는 일이다. 북이나 남이나 왜 윗대가리들이 구린 짓을 하는데 그 나라 백성들이 쪽을 팔고 변명해대야 하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