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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 하더라도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젯블루 항공에서 나온 소식이 그렇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젯블루 항공은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데이빗 닐만을 CEO에서 "쫓아 내고" 그 자리에 젯블루 항공의 President 인 데이빗 바저를 앉혔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식 재벌 개념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뉴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식 비즈니스 뉴스에서 재벌 관련 소식이 나오면 주어는 항상, 언제나, 반드시 재벌총수 일가입니다. 이건희는, 구본무는, 김승연은, 하는 식으로 재벌총수는 언제난 주어입니다. 재벌총수가 "아무개 본부장을 사업부진을 이유로 보직해임하였다"는 말은 성립해도, "재벌총수가 보직 해임되었다"는 말은 결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건 문법이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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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젯블루 항공에서 나온 소식은 다릅니다. 젯블루의 데이빗 닐만도 우리의 재벌총수들처럼 CEO (최고경영자) 이면서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였습니다. 3대 조건을 모두 갖춘거죠. 창업, 주식, 경영 이 세가지 에센스 말입니다. 그렇지만 블룸버그 뉴스에 의하면 데이빗 닐만은 "CEO 자리에서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총수가 해임되는 건 단 한가지 경우밖에 없습니다. 그룹이 통째로 도산하는 경우말입니다. 김우중이 그랬죠. 김우중은 대우의 부도와 함께 자동해임되었죠.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대우는 부도사태를 맞기 전에 김우중을 해임하지 않았는가? 이건 참 우리식 표현으로 곤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식 어법대로 재벌총수는 주어이외의 자리에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벌총수는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의 신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재벌총수를 건드릴 수 있는 조직, 기구, 부서, 개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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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닐만입니다. 폼잡다가 낙마했죠.

젯블루 항공의 소식을 그렇게 자세하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개별 기업 소식이고 여기에 주식을 묻어 둔 사람이 아니라면 제목만 보고 넘어가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것 한가지는 꼭 집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누가 최고경영자이자,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데이빗 닐만을 해임하였는가? 주어는 무엇인가? 누가 감히 우리로치면 재벌 총수 격에 해당하는 인물의 목을 잘랐는가? 답을 알려드리기 위해 기사를 그대로 읽어 드립니다. "JetBlue Airways Corp.'s board ousted founder David Neeleman as chief executive officer." (젯블루 항공사의 이사회는 데이빗 닐만을 CEO에서 해임하였다.) 명쾌하지 않습니까? 다수의 자본가들이 참여하여 개별기업이 운영될 수 있는 자본을 대고 있다면 그 사람들이 합심하여 자본의 건전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위원회로서의 이사회이죠. 이사회는 힘이 강한 일개 개인 자본가를 넘어서기 위해 군소 자본가들이 연합하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다 보니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사람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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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블루 항공입니다.

뭐, 그러면 왜 데이빗 닐만이 그 자리에서 쫓겨났는가 궁금하실텐데 그거 별거 없습니다. 젯블루가 지난 겨울 매서운 겨울 폭풍 때문에 결항이 잦았습니다. 1,700편의 비행편이 결항되고, 130,000 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습니다. 물론, 자연재해 때문에 CEO를 해임한 건 아닙니다. 자연재해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항공 안전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스케줄 조정 등을 통해 젯블루의 최대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되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재벌총수는 해임되지 않을 사람이 몇 안될 겁니다. 재미있는 건 젯블루가 데이빗 닐만을 회사에서 완전히 쫓아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좋으니 싫으나 그는 최대 주주니까요. 뭔가 회사 안에서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죠. 그래서 데이빗 닐만은 회사 안에서 "non-executive chairman" 이라는 자리를 얻습니다. 경영 권한이 없이 폼만 잡을 수 있는 체어맨이라는 뜻이죠. 사실 우리나라의 재벌 총수들도 이 정도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경영 권한 없이 폼만 잡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허수 체어맨들이 가급적 많아져야 한다는 게 제 바램입니다.

그리하여 결론을 말하자면, 젯블루 항공의 사례처럼 재벌 총수는 언제나 주어일 필요가 없고, 언제나 주어이어서도 안됩니다. 때로는 목적어가 되어 회사의 처분도 받고 해야 회사가 삽니다. 재벌총수는 죽어도 회사는 사는 게 정상이지, 그 반대로 회사는 죽어도 재벌총수는 산다는 건 지독히 비정상이죠. 비정상은 고쳐져야죠.

참고 :: Bloomberg. JetBlue Air Names Barger to Succeed Neeleman as Chief (Update6) By Mary Schlangenstein and David Milden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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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 세습 문화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문화라고 했지만 재벌 세습은 문화라기 보다는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과거 구멍가게식 기업 경영에서는 그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그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게 당연한지 모른다. 기업을 세운 공과 이력을 어느 정도 증명했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고 납득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그 기업의 총수도 늙어 은퇴할 때가 되어 그 사람의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는 풍습은 예삿 일이 아니다.

재벌 세습을 통해서도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느냐 하겠지만, 재벌 세습을 하지 않았다면 그 기업이 더 잘 굴러갈 가능성이 있는 한 현재 상황으로 재벌 세습 자체의 문제를 덮는 건 부당하다. 취직자리 많이 만들어 주는데 고맙지 않느냐 하겠지만, 다른 전문경영가가 경영했더라면 두배의 일자리가 만들어 졌을 지 어찌 알겠는가. 더구나 고위직을 독점한 친인척들 사라지면 승진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는가. 아무튼 정당하게 검증된 적이 없는 인물이 아비애미가 주식부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거대기업을 이끈다는 건 정말 후진 발상이다.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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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이것도 꽤 괜챦은 프로그램이다.

조금 전에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뉴스후를 옛 방송 프로그램을 다시 보았는데, 여기에도 재벌 세습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다. 뉴스후 33회차로 2007년 3월 31일 방영분이다.  제목은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시간이 나면 이 프로그램을 꼭 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김승연 회장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만들어졌지만, 프로그램 내용 중에 김승연 회장의 아들 얘기도 나온다. 미성년자 주식보유 탑을 기록한 김승연 회장 삼남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나라 재벌 세습 문제는 정말 혁명적인 발상으로 뒤엎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업 현장에서 전투하며 경영성과를 쌓아가고 학습하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돈 푼 있는 부모, 조부모로부터 안전빵으로 주식 세습하여 경영하는 사람들이 우리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주범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 다른 사회분야는 모두 보다 세련되어 지고 어느 나라 기준에 맞추어 봐도 괜챦은 기준으로 가다듬어져 가거나 그런 방향으로 사람들 의식이 깨어가고 있는데, 유독 재벌 세습 문제만 이 지경인지 참 알 수 없다. 참 후진 현상이다.

휴전선 이북의 김정일이 국가권력을 세습하는 게 세계의 조롱거리와 웃음거리가 되는 것처럼 휴전선 이남의 재벌들이 경제 권력을 세습하는 것도 세계의 조롱과 웃음을 사는 일이다. 북이나 남이나 왜 윗대가리들이 구린 짓을 하는데 그 나라 백성들이 쪽을 팔고 변명해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제가 요며칠 김승연 회장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때로는 의문을 가졌던 점, 혹은 제가 불만을 표시했던 점, 혹은 제가 간과했던 점 등에 대해 체계적인 메모를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적어 둡니다.

일단 저는 그 동안  1) "언론의 ABCD 눈감고 술래잡기식 보도관행", 2) "김승연의 자식 사랑 비법 베스트 3", 3) "김승연회장 출두 풍경: '쇼를 해라'", 4) "싸구려 대한민국, 저열한 사회지도층들" 이라는 네 개의 연속되는 포스팅을 통해 김승연 회장 사건이 처음 연합뉴스를 통해 언론에 유출되고, 조선에 의해 추측 가능한 실명이 보도되고, 한겨레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적나라하게 밝혀지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는 일련의 과정 등을 제 나름의 문제 의식으로 지켜 보았습니다.

그냥 그때 그때 쓴 포스팅이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그 각각으로부터 공통의 문제의식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메모를 남기는 거니까 간혹 중간에 이해가 안되고 논리가 엉켜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건 그냥 스킵하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공익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적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는 익명보도의 범람에 대해 무엇인가 사회적 합의나 타개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거의 드러난 형편이지만, 사적인 반성과 다짐이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건 너무 취약합니다.

둘째, 재벌의 힘이 이렇게 경제외적 영역에 까지 확대되는 것은 재벌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확신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주식을 통한 경제 세습의 문제도 졸열한 재벌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합니다.) 경영의 권력을 사회적 권력으로 생각하는 행태는 한심합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한 자본을 자기 보신의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행태는 반복됩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간단합니다. 사고치면 자르면 됩니다. 직원들이 서명하네 마네 난리칠 필요 없습니다.

세째, 재벌이 지배하는 회사는 재벌의 사적 재산과 주주 공동의 재산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기업 체질을 약화시킵니다. 경호원은 회사재산입니까, 김승연 개인재산입니까? 회사소속변호사는 회사껍니까 김승연껍니까? 대답이 어렵다면 그만큼 둘이 엉겨 붙어 있다는 예깁니다. 왜 단순폭력 사건에 재벌 이야기가 나오느냐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1) 경영과 자본이 밀착되어 있으니 회사의 공적권력 (여기는 폭력도 포함됩니다) 을 사익을 위해 마음대로 빼내 쓸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2) 경영자가 곧 자본가가 되다 보니 경영자의 단순폭행 (이건 사안이 미약하다는 말이 아니라 경영과 무관한 순수 폭행사건) 도 경영상의 문제로 비화됩니다. 주가 출렁이고 회사 직원들 총수 걱정하랴 자기 앞가림하랴 서명하러 불려 다니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이렇습니다. 그래서 전경련 누군가가 이걸 재벌과 관련지으려는 걸 경계한다고 했는데 이건 완전히 도둑 제발 저린 격의 얘깁니다. 관련짓기도 전에 관련짓지말라는 것 좀 보세요.

네째, 재벌은 국가권력을 불신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권력을 자기 멋대로 살 수 있습니다. 왜 김승연은 경찰에 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나서 이 문제가 크게 확대되어 법정다툼이 될 가능성이 생기자마자 김승연회장은 전직 검사, 판사 출신이 포진한 최소 13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나라 돈을 들여 검사, 판사를 키워 놓으면 결국 그들은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재벌 뒷바리지에 열심입니다. 결국 세금들여 재벌 뒤가림용 법률가를 양성한 꼴이 되었습니다.

다섯째, 경찰은 스스로 자기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합니다. 검찰의 기소독점이니 검경 간의 수사권 갈등이니 하며, 수사기관 사이에 권력투쟁이 존재합니다. 저는 권력기관은 기본적으로 견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경찰이 무력하니까 경찰에 힘을 실어 검찰과 상호 견제, 균형감을 보이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경찰의 행태가 더욱 답답하고 한심한 겁니다. 남에게 보이려하지 말고, 시선 신경쓰지말고 매뉴얼 대로 왜 못합니까? 매뉴얼대로 간단한 일처리도 못해내면서 어떻게 검찰과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겁니까? 아마 이번 일로 여론 쟁탈전에서 뒤로 한참 밀리신 건 아시겠죠?

(Update :: 급히 적다보니 제 혼자만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있는 메모가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부연하겠지만, 일단 다섯째에 '경찰'과 관련해 적어 놓은 메모는 지금 당장 부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검경  간의 수사권 독립에 관한 해묵은 논쟁이 있습니다. 그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서, 경찰은 이번 수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능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광고' 방식이 서툴러서 그런지 저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속한 여론 그리고 언론의 십자포화를 요며칠간 받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스킵하면서 주소를 떠놓는다는 걸 깜빡했는데... 그 기사 중에 그런 묶음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번 남대문 경찰서의 수사상 실수를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를 묵살하는 빌미로 삼으려는 듯한 검찰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 말입니다.

저는 경찰이 좀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와 가까운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입니다. 제가 누구에게 얻어 맞으면 경찰이 달려오지 검사가 달려오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하겠다는 입장을 들고 나왔을 때 저는 내용도 안보고 찬성하는 편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모든 권력은 잘개 쪼개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검찰이 권력 게이지 5의 힘을 갖고 있다면 그 힘을 빼앗아서 그 중 1-2 정도는 다른 권력기관에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권력기관끼리는 서로 싸움을 많이 할수록 시민의 권리가 신장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검경 간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 저는 마음속으로나마 경찰 편이었습니다. 검찰은 더 쪼개지고 경찰은 더 얻어야 권력기관 간의 균형이 생기고 견제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한 게 없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서는 아... 경찰이 이 건을 잘못 처리하면 여론 면에서 검찰에게 크게 밀리겠구나, 수사권 독립 논의에 관한 입지가 크게 흔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경찰도 오죽 답답하겠습니까만, 검찰이 나서기 전에 멋지게 경찰 독자적으로 수사를 잘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꽤 큽니다. 그리고 경찰이 큰 수사 경험이 없어서, 재벌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이번에 실수를 많이 하는데, 조금 더 학습할 기회를 갖도록 격려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아... 이렇게 쓰다보니 제가 원래 가졌던 생각이 무엇인지 애매해 지네요. 다음에 붙여 쓰더라도 지금은 그만 두는 게 낫겠습니다. 그리고... 정작 처음에 제가 이런 메모를 써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기사를 소개하지 못하게 되었군요. 다소 뒷북성의 컬럼이고 또 제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좋은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꽤 괜챦은 칼럼입니다. 여기에 제목을 링크로 연결해 두니 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의 쳣째 논점과 이 기사를 관련지어 좀 생각을 해봐야하는데 위에 워낙 대충 적어둬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 지 막막하군요. 아무튼 논점이 없으면 만들어 내고, 의견이 없으면 남이 가진 좋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한겨레 2007-05-03] ‘대기업 ㄱ회장’ 익명보도 왜?



우리나라에서 소위 지도층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잘 모르겠지만 돈 많이 벌고, 좋은 감투 쓰고 있고, 권력기관에 속해있거나 전문가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대한민국 지도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요즘 계속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이분들의 사고방식이나 의식수준이 끝갈 데 없이 저렴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지기 전에 자식 죽은 부모의 심정을 못 헤아려 조용하고 엄숙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를 인륜이 뒤로 밀린 난장판 속에 방치했던 얼마전의 순천향 문제를 봐도 그렇고 유흥가에 나간 자식이 맞고 들어왔다고 사적 복수를 위해 20명 되는 회사 직원 (누가 월급 주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데리고 야밤의 활극을 펼친 양반을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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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보면서 나는 결혼 앞둔 사람 집에 함들어 가는 풍경인 줄 알았다. 이게 압수수색들어가는 집 풍경이란다. 꽃길 깔고 카메라맨 불러 놓고 양복 입고 집사들 정문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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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을 들고 들어가긴 들어 갔다. 기사에 보면, 5-6 개의 박스를 들고 들어가서 달랑 저것 하나 채워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들어가기 전에 박스를 몇 개 갖고 들어가면 될까요 여쭤볼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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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설명에 의하면, 저분들이 우리나라 CSI 분들이라고 한다. 이분들이 무슨 잘못이겠나. 위에서 가라고 하니 가신 거겠지. 아무튼 CSI South Gate, 우리말로 CSI 남대문 이다.

한화 김승연회장을 수사하는 건지 접대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도록 처신한 남대문 경찰서 고위간부들의 의식수준도 싸구려이고, 방송국, 신문사 기자들 다 불러 놓고 피의자쪽에서 치울 물건 다 치우도록 만든 뒤에 느긋하게 뒷짐지고 압수수색 들어간 수사방식도 너무 후지다. 돈자랑하듯 13명의 변호사로 재벌집 회장을 뺑뺑둘러싸는 법조계 샐러리맨들이 전문가연하며 목에 힘주는 꼴도 우습고, 회장나리 선처해 주십사 전직원들 팔 걷어 붙히고 일할 시간에 서명운동 벌이게 만드는 한화 중간 간부들의 행태도 완전 싸구려다. (주주들은 뭐하나, 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안내고...)

나는 참 궁금하다. 저런 의료계 인사들, 저런 법조계 인사들, 저런 최고위경영자들, 저런 경찰 간부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게 참 한심할 뿐이다. 무슨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따를 때 온정만을 베풀라는 말이 아니다. 가난하고 약한사람들 편들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거 바라지도 않는다. 단 하나 바라는 건 "공정하라"는 거다. 돈이면 돈 지식이면 지식 있는 거 없는 거 다 긁어 모으고 총동원해서 옳은 것 그른 것 가리지 않고 없는 사람들 짓뭉개지만 말고, 잘잘못을 가릴 때만이라도 공정하라 이말이다, 이 싸구려들아.

자식이 맞고 오면 경찰서에 신고해서 문제해결하고, 의료지식없는 사람의 자식이 병원에서 죽어나가면 좀 그 바닥 사람들이 정의감 있게 전문성 발휘해서 정사를 구분해 일처리 해주고, 돈냄새가 짙게 나더라도 옳은 일이 아니라면 변호의뢰를 어느 정도는 거절할 줄도 알고, 회장이 누명쓰고 감옥들어가더라도 회사 일과 관련된 일이 아닌 사적인 일이면 회사직원들 건드리지 말고... 좀 그렇게 품위있고 고급스럽게 인생 살아가면 안되겠니, 이 한심한 인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