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조승희를 키웠다?
IT :
2007/04/20 14:17
존 브루스 잭 톰슨 (John Bruce “Jack” Thompson), 줄여서 그냥 잭 톰슨으로 알려진 이 사람은 미국에서 이름 날리는 기독교 보수주의자이자 공화당원이다. 존 브루스의 공화당 기독교인의 신념을 기반 삼고,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무기로 하여 "외설과 음란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속 세계를 구원" 하는 데에 앞장 서고 있다. 잭 톰슨은 특히 랩 뮤직과 컴퓨터, 비디오 게임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각종 아동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아이들을 타락한 성인으로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잭 톰슨을 소송을 빌미로 음악 및 컴퓨터, 비디오 게임 업계를 위협하고 언론사를 공격하는데, 이러한 톰슨의 행보는 수정헌법 제1조를 어기는 행위로 주변 법조인과 시민 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탐슨은 다양한 송사를 통해 문화 및 언론 종사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으데, 잭 톰슨이 벌여 놓은 송사의 대충의 리스트를 보려면 위키피디아의 톰슨 항목을 참고해 보면 된다.
수정헌법 제1조: 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 (종교, 언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는 헌법 조문)
그러면 왜 갑자기 톰슨이냐 하면, 아니나 다를까, 잭 톰슨이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에 대해 "거침없는 한마디"를 해댔기 때문이다. 잭 톰슨은 MSNBC의 하드볼 프로그램을 통해 크리스 매튜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운터스트라이커 (Counter-Strike) 게임이 조승희의 범죄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톰슨은 조승희가 카운터 스트라이커에 푹빠졌고, 그 게임을 통해 훈련을 거듭한 결과, 범행 당일 이방 저방을 조용히, 효율적으로 돌아 다니면서 냉혹하게 사람들을 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즈모도에 의하면, 잭 톰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버지니아 공대 사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잠재적인 형태로나마 지고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Mr. Gates, your company is potentially legally liable the harm done at
Virginia Tech. Your game, a killing simulator, according to the news
that used to be in the Post, trained him to enjoy killing and how to
kill. 인용출처: 기즈모도
그러나 기즈모도에 실린 반박문은 잭 톰슨의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먼저, 조승희의 기숙사 방을 조사한 영장을 확인해 본 결과 방 안에는 어떤 종류의 게임도 없었다. 그리고 조승희가 게임에 빠져 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기즈모도에 실린 반박 포스팅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무관하며 마소는 그 게임을 돌리기 위한 윈도우를 제공하는 잘못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건 좀 확인해 봐야 한다.)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MSNBC 프로그램에 나와서 저런 뻘소리를 할 수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거침없는 정신력이 참 가관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Evil" 하다는 욕은 들어 먹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엮어 넣어서는 곤란하쟎아, 잭.
(아무튼 조금 더 생각해 본 후에 잭 톰슨의 주장이 왜 그릇된 주장인지에 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해 봐야 겠다.)
따로 쓸 것 없이 여기에 몇 자 덧붙이면,
첫째, 조승희가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겼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수백만명이 즐기는 게임을 통해 단 한명의 범죄자가 생겨났다고 한다면, 이 게임은 범죄를 유발하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통한 잠재적 폭력성의 발산을 통해) 범죄를 억제하는 게임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정당한 해석이다.
둘째, 잭 톰슨은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자유가 대량 살상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지만, 그보다는 수정헌법 제2조 (총기 보유 및 소지의 자유를 규정한 조문: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가 총기 난사 등의 대량 살상 범죄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게 이런 종류의 범죄를 줄이는 첩경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수 우파들은 NRA와 결탁하여 이 조항을 제한하는 어떠한 종류의 입법도 반대하고 있는 형편.
세째, 왜 잭 톰슨은 1) 조승희가 자란 사회문화적 환경, 2) 조승희가 왜곡된 자의식을 타인에 대한 증오와 살인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의 총기 문화가 대량 살상의 촉진자 구실을 했다는 사실, 3) 사건 당일, 경찰의 초동 대처 미숙이 단순 살인 사건을 집단 살인 사건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기여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지 않고, 애꿎게 그리고 미숙하게 가장 구석진 곳에서 가장 그럴법하지 않은 원인을 끌어다가 법죄의 원인을 삼는지... 왜 큰 건 안보이고 작은 것만 눈에 보이는지? 심리 상담 철저히 하자, 총기 규제하자, 경찰 훈련하자고 하는 편이 더 정직한 건 아닌지?
네째, 공화 보수주의자들의 이런 식 딴청은 볼링 포 콜롬바인에 나오는 마를린 맨슨의 인터뷰에도 나온다. 콜롬바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수 우파들은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이 마를린 맨슨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점을 내세워 마를린 맨슨을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어떤 살인자가 모짜르트 매니아라 할 지라도 모짜르트가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는 없다. 보수우파들이 원인으로 지목하는 가수나 게임들은 대부분 평소의 편견을 사건과 단순 관련 짓는 것일 뿐이다. 통치기간 동안 여러 사람 잡은 박정희는 심수봉을 좋아했다. 그러면 심수봉이 박정희의 독재 성향을 키웠다고 해석할 수 있느냐? 아마,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게 말이 안된다면 마를린 맨슨과 카운터 스트라이커도 말이 안된다, 등등.
Update: 아니나 다를까, 마를린 맨슨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벌써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면 알겠지만, 맨슨은 꽤나 똑똑한 가수라는 걸 알 수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 주미대사보다는 훨씬 똑똑한 것 같다. 기사를 보고프면, 마릴린 맨슨, 버지니아 참사 불똥 튈까 '전전긍긍' [마이데일리 2007-04-21 14:19
+ 잭 톰슨이 MSNBC에 나와서 크리스 매튜의 인터뷰에 대답하는 장면을 보고 싶으면, Jack Thompson Gets Hardball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