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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08 무명 정치인이 패리스 힐튼만큼 유명해 진 이유: 웹 상의 정치공학자들 by 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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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폴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요? 론 폴은 미 공화당 의원입니다. 텍사스주 하원이구요. 그는 정치 성향상 리버테어리언 (Libertarian) 으로 구분됩니다. 리버테어리언은 우리말로 적당한 번역어가 없는데, 편의상 자유방임주의자나 자유지상주의자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아직 세가 크지 않고 내부의 정치 지형도 복잡하여 정당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정치 참여를 할 때에는 기성 양대 정당을 통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합니다. 이들 리버테어리언들은 좌파와 우파에 분산 분포되어 있습니다. 촘스키는 좌파 리버테어리언이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조그비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난 중간선거에서 리버테어리언 유권자는 공화당에 59%의 지지표를 던지고 민주당에 36%의 지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버테어리언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개인적 자유주의를 동시에 주장한다는 점에서 기성 정당과 차이를 보입니다. 개괄하여 말하자면, 공화당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개인적 규제주의를 표방하는 반면 민주당은 경제적 규제주의와 개인적 자유주의를 표방합니다. 리비리테어리언은 경제적, 개인적 자유주의를 표방합니다. 그래서 게이나 낙태에도 찬성하고 공화당의 방임형 경제운영에도 찬성을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민주당의 경제정책, 공화당의 대 개인주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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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리테어리언의 정치성향 (위키피디아 이미지)

배경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이제 왜 론 폴이 문제인가로 넘어갑니다. 론 폴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와서 예비선거를 위한 토론회 참여했던 모양입니다. (이 토론회가 무엇을 위한 토론회인지는 각자 알아 보시길.) 론 폴은 사실 여론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토론회를 마친 후 MSNBC 에서 "누가 토론회의 승자인가"를 두고 온라인 투표를 하였는데 그 결과가 굉장히 특이하게 나왔습니다. 론 폴의 압승이었습니다. 그리고 ABC는 이것을 검증이라도 하듯 재차 같은 질문의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고 그 투표결과는 MSNBC와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론 폴의 압승 - 쥴리아니와 매케인의 참패입니다. 이건 정상적 여론 조사와 큰 차이가 나는 결과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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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BC 결과 (클릭해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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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결과 (그림 클릭)

이 결과를 두고 ABC가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내용을 간략하게 전해 보겠습니다. 기사의 요지는 론 폴 지지자들 (열성 리버테어리언) 이 온라인 투표결과를 "이 따위로" 왜곡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론 폴은 왠만한 법안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표를 던져서 "닥터 노" (Dr. No) 불립니다. 왜냐하면 론 폴이 보기에 모든 법안은 헌법적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론 폴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웹 상에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 열성지지자들은 웹을 이용한 정치마케팅을 일사분란하게 합니다. 이들 지지자들은 온라인 투표라든가 블로그포스팅과 같은 수단을 응집력있게 활용하여 현실 세계의 지지율보다 훨씬 결집력 있는 지지율을 온라인 상에서 이끌어 냅니다. ABC에 의하면 론 폴의 마이스페이스 프렌드 (우리식으로 "싸이친구") 는 무려 1만 2천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조금 전에 접속했을 때 론 폴의 승리로 투표한 네티즌 수가 11,838명 이었습니다. 다 몰려 온 것일까요?) 또한 오늘 테크노라티 블로그 검색 키워드 순위 탑 10 에서 론 폴은 패리스 힐튼 다음의 순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세상에나... 패리스 힐튼이 누굽니까? 그런데 론 폴 같은 무명이 힐튼 바로 다음이랍니다. 이건 정말 놀랄만한 온라인 여론 편파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이상이 ABC 의 보도내용을 간추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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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조사한 순위는 론 폴 3위, 패리스 힐튼 6위군요.
드디어 패리스 힐튼의 시대는 가고 론 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 ABC에 이 기사가 나가자, 아니나 다를까, 론 폴 지지자들이 몰려와서 기사를 올린 ABC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거슬리는 댓글이 있었는지 ABC에서는 댓글을 꽤 지웠는가 봅니다. 그러자 론 폴 지지자와 댓글을 지운 것을 전통미디어의 그릇된 웹 운용 행태라고 파악한 디그 이용자들이 연합한 듯, 디그에 해당 ABC 기사를 걸고 ABC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디그에 링크된 기사를 봤을 때 161 디그를 기록했었는데, 잠깐 글을 쓰고 다시 보니 740 디그에 코멘트가 97개가 달렸군요. 이런 경우 참 어렵습니다. 저렇게 퍼댄 사람들이 MSNBC, ABC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론 폴을 지지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디그에서 마저 여론이 왜곡된 것일까요? (아니면, 이 여론에 대해 "왜곡"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어폐가 있으며, 다만 다른 형태의 여론, 집중력이 빚어낸 또 하나의 여론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중립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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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 나라 미국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뉴스를 보면서 대선이 가까와 오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런 일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웹 상의 여론 지형도는 소수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형성됩니다. 여론지지율 1% 짜리가 온라인투표로는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온라인투표도 있지만 말입니다. 투표 당일 날만 도장 들고 투표소 가서 단 한 방에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정치적 선택 행위를 끝내는 게으른 보통의 유권자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보통 유권자들의 의사 소통, 결정 과정과 꽤나 다른 방식으로 형성, 유지, 보수되는 웹 상의 정치 여론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실질적 지지도 (그러니까 투표장에서 한 방을 말하는 겁니다) 와 무관하게 웹에서는 웹의 생태계에 어울리는 "그들만의 정치지도자"가 발굴되고 선전되고 칭송받고 공격받고 결국 선거를 통해 명멸한다고 해야겠지요. 우리나라는 누가 "아무개 이펙트"의 주인공이 될 지 자못 궁금해지는 군요.

+ ABC 기사: The Ron Paul Effect